
김고은 배우의 선택이라 믿고 본 드라마.
<은중과 상연>
멋진 연기를 펼친 배우들에게 박수를
로맨스는 아니지만 믿고 보는 배우의 작품이니까 시작했다.
김고은 배우의 매력이 폭발한 작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은 시리즈.
(개인적으로 고은배우는 어두운 내면을 가진 인물보다는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녀가 가진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김고은 배우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누구 하나 어색함 없이 그대로 이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있었다. 오랜만에 이야기와 열연이 모두 훌륭한 드라마였다.
김고은 배우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묵직함을 맡았다면 박지현 배우와 고은 배우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상학역을 맡은 김건우 배우가 이 드라마의 역동성을 맡아주었는데 두 배우의 감정연기가 좋아서 스크린 너머의 내게도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두 여인의 일대기를 30년이란 시간에 담아낸 드라마
이 시리즈는 10대부터 40대까지 두 여자의 만남과 이별을 긴 호흡으로 담아냈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취향을 저격한 드라마였다.
초등학생일 때 만난 두 아이는 서로의 상황이 참 다르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친구들을 초대하지도 못하는 작은 집(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은중과 무려 화장실이 두 개나 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상연. 그 두 아이의 첫 만남은 그다지 훈훈하지 않다.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딘가 삐딱한 상연과 잘나고 싶지만 꾹꾹 눌러 담으며 애써 쿨한 척하는 (그 와중에 친구들을 살뜩히 챙기는) 은중은 첫 화에서는 그저 은중이 상연에게 열등감을 가진채 자라겠구나 싶지만 가깝게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절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속내를 모른 채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내는 그 시절의 아픔 (또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픔)이 보인다. 10대 시절의 이야기는 마치 청소년 성장드라마처럼 보인다. 그 시절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가 퐁퐁 샘솟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서로 뾰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이해하고 그러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 와중에 첫사랑도 경험하고. 그 첫사랑에 얽힌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 두 아이의 인연이 끊어진듯 보인다.
20대 두 여성은 대학교라는 배경에서 다시 재회한다.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도망치듯 은중의 사람에서 사라져 버린 상연. 이제 더는 아이가 아닌 여성의 모습으로 만난 은중과 상연은 과거와는 서로 처지가 많이 달라져버렸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당연히 '사랑' 은중의 첫사랑이었던 상연의 오빠, 상학과 동일한 이름인 상학은 두 여성의 우정 사이에서 사랑과 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그 시절 청춘들이 할법한 예쁘고 빛나는 사랑이야기를 펼쳐낸다. 상학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이 진짜로 은중을 향한 사랑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내는 모습에 함께 설레고, 상연을 향한 안타까움을 담아낼 때는 또 함께 아파하며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한 30대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는 그 시절 호황을 누리던 영화판의 이야기가 마치 그 작품을 쓴 작가의 회상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랬지.' 하는 토로가 화면에서 묻어 나온다고나 할까?
영화 제작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영화 촬영현장이 이야기들이 생생해서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제작사에서 일하는 은중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상연과 재회하고 옛 연인이었던 상학과도 다시 만나 세 사람의 얽혀버린 애정전선이 은중과 상연의 묵혀뒀던 서로를 향한 감정이 무르익어 터져 버리고야 마는 이야기가 30대에 그려진다.
찾아보니 이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는 정말 딱 내 취향의 작품들을 써온 작가였다. 그래서 내가 이 드라마가 그토록 취향이었나?
송혜진 작가는 '달콤한 나의 도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작품을 집필 또는 각색해 오며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였다. 세 작품 모두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이다. 어머나 세상에!
40대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담고 있다.
결말에 상연의 존엄사를 다루고 있다보니, '사실은 이 드라마는 사랑이야기도 우정이야기도 아니라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였나?'싶기도 했다. 이 드라마 속 이야기는 매 나이대마다 각각 다른 죽음을 담아냈다.
10대의 아이들에게는 오빠의 자살, 20대의 청춘에게는 부모의 병사, 그리고 40대에는 말기암 환자의 존엄사.
각각의 나이대별로 다른 메시지를 담아 그려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건 고래로 인간이 늘 궁금해하고 어떻게 맞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 또한 죽음을 다룬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접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면서 다양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죽음을 또 그렇게 잊고 하루하루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간다.
80년 대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모든 것
이 드라마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좋았던 감정과 비슷하다.
80년대 태어난 주인공의 설정(나랑 극 중의 은중은 한 살 터울이다.) 덕에 내가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지금은 볼 수 없는 소품들과 언어들을 마주할 때마다 반갑고 즐거웠다.
학교 끝나고 내내 쪽쪽 먹던 아폴로라던가.
레이스보로 식탁을 덮어둔다던가.
수수깡으로 만든 집이라던가.
청청패션으로 장기자랑에 나간다던가... 비디오테이프와 플레이어로 영화를 보는. 모든 것에 내 추억도 함께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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