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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19금 6부작 <애마>. B급 코미디일거라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feat. 한강작가의 소년의 온다가 겹쳐졌다)

달콤한 꿀작가 2025. 9. 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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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넷플릭스 시리즈 중 <애마>를 봤다. 

1980년대를 풍미한 영화 중 하나가 애마부인과 그 속편들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애마부인이라는 작품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나기 전 해에 개봉했고 내가 영화라는 매체를 접하던 시절에는 한국영화의 전성기라서 정말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봐야 할 영화가 너무 많았다. 

 

내가 어렸던 그 시절의 한국에는 PC방대신 비디오가게가 있었다. 그 시절 비디오 대여점의 한구석에는 일명 빨간 비디오라고 불리는 구역이 있었다. 비디오 대여점이 흥하던 시절의 나는 아직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저 흘깃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던 곳에 아마도 애마부인과 그 속편들이 주르륵 놓여 있었을 거였다. 

 

엿보고 싶다는 욕망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자제심과 늘 싸워야했던 시절. '애마부인'이라는 제목은 나에게 금단의 무엇과도 같았다.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애마>라는 제목을 봤을 때 놀라웠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면서도 어쩐지 이 시리즈를 열어봐서는 안될 것 같다는 의식 저 아래에서 외쳐대는 목소리에 멈칫거렸다. 

포스터를 보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내가 이 시리즈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두 명의 배우 때문이다. 바로 이하늬와 진선규 배우였다. '이하늬 × 진선규' 조합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 영화, 극한 직업이 떠올라서 나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리즈의 시청을 시작했다. 

 

아마도 코미디물일거라고 상상하며 열어본 이 시리즈 안에는 내가 상상했던 결과 비슷한 듯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어딘지 모를 짠함과 소소하게 발버둥 치는 인물들의 세상을 향한 주먹질에 통쾌해졌다. 

 

<애마> 시리즈의 관전포인트 

 

1. 정희란 by 이하늬

서울사투리를 완벽 소화했다고 평가를 받는 이하늬 배우. 

그 시절 영화에 나오던 여배우들의 목소리가 정말 그대로 더빙을 한듯하게 나오는 걸 보고 놀라웠다.

아니.. 저 간드러지는 목소리 이하늬 맞아?

그때 그 시절처럼 후시녹음을 따로 한 건가? 

애마 시리즈는 사실 이하늬 배우가 전부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인물의 아픔과 강단, 그리고 그 시절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녀야만 했던 좋지 않은 관습들을 끊어내기 위해 자신을 던져가며 애쓰는 모습까지.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을까? 특히 진선규 배우를 향해 몸을 날려가며 연기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희란'의 분노와 슬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2. 영화로 그때 그 시절을 이토록 까발릴 수 있는 시대. 

그 시절 권력자들이 벌인 기이하고 비인간적인 행동들이 지난 수 십 년간 차곡차곡 까발려져 왔다고 생각한다. 권력자들은 그들이 잡은 권력의 크기만큼 역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역사가 승리자의 입장에서 그려진다고 하더라도 인간성을 상실한 자들의 모습은 기어코 심판을 받는다. 당시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여전히 두려울 텐데도 용기 내어 증언해 준 이야기들 덕에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나라가 된 게 아닐까? 

 

애마에는 예술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영화감독의 시나리오를 검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애마의 마가 말마가 아닌 다른 마가 되는 과정은 아마도 실화이리라....!)

이 장면을 보는데 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의 온다> 속 한 장면이 겹쳐졌다. 

연극의 극본을 검열받고 나오던 작은 출판사의 여직원이 까맣게 먹칠된 작품을 들고 나오던 그 장면에서 나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응어리가 솟구쳐 오를 것만 같았다. 그 극본은 출간이 불가능해졌지만 소리 내지 않는 대사로 연극을 이어가던 배우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진짜 뜨겁게 느껴지던 소설 속의 장면은 애마에서는 벗지는 않되 벗은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관계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쓴맛나는 현실을 웃음으로 그려냈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비릿한 웃음으로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3 새롭게 알게 된 배우, 방효린 

애마를 이끌고 가는 커다란 축이 희란이라면 그녀를 더 멋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만든 인물이자 이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하는 또 하나의 축은 신주애 역을 맡은 방효린이었다.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용감해 보이는 주애 역을 정말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 시리즈가 19세 이상 관람가인 이유는 전부 주애가 '애마부인' 속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장면들 때문인데... 영화를 찍는 장면에서의 등장이라서 야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처절한 느낌이 더 강하다. 남자배우든 여자배우든 배우로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는 해도 노출이 심한 장면을 찍느라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4 여성이 여성을, 아니 사람이 사람을 돕고 또 구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백미는 여성들이 서로 응원하고 서로를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에 있었다. 

주애는 희란이 되고 싶었지만 희란이 겪어야만 했던 부조리를 직접 목격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희란은 정말 온몸으로 투쟁하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리라. 

권력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당대의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지켜내지만, 상대적으로 약자인 주애를 은근히 돕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몫은 확실하게 챙겨내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희란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선택을 할때 주애가 백마 탄 왕자처럼 등장해 희란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 수록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인다. 

인간이 인간답게 서로를 돕고 손을 내밀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 단계 더 나아진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5 앙드레김이 떠오르던 디자이너, 나는 잠깐 등장한 그의 의리에 울컥했다. 

폴 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디자이너. 까다로운 모습을 잘 표현해 낸 이배우는 안길강 배우가 표현했는데, 안길강 배우님의 연기는 언제 봐도 무게감을 자유자재로 표현해 내는 것 같아서 이분이 등장하면 언제나 기대감이 들었다. 

마지막 화에서 이하늬를 돕는 그의 모습은 그 시대에 보기 흔치 않았을 의리같아서 나는 세상을 뒤집겠다고 호외기사를 뿌리는 기자 역할보다 폴 고가 직원들과 함께 길을 막아서던 그 모습이 더 울컥했다.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세상에서 의리라는 건 양날의 검과 같다. 필요와 이익을 위해 뭉칠 수 있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손을 잡고 있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의리'라는 단어는 신기루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폴 고는 그동안 함께 손을 잡고 있던 희란 대신 떠오르는 신예 배우인 주애를 새로운 '뮤즈'로 세우고 싶어 한다. 희란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던 폴 고에게 희란이 던진 대사를 통해 폴고가 성공하는 데에 희란의 몫이 있었을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 앞에는 장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고는 결국 희란의 손을 들어준다. 

일터가 아니더라도 그냥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내 등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출처: 넷플릭스-애마 공식포스터

 

<애마>는 그 시절의 영화인들의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한 여배우의 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대사가 이상하게 자꾸 떠오르던 영화였다. 

이미 애마를 많은 사람들이 보긴 했지만 아직 보지 않았다면, 생각보다 재밌으니 주말에 정주행 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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