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을 봤다.
워낙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영화라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인가?'
처음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조용히 충격적인 영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머릿속을 비운채 생각하다 보면 계속해서 질문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되는 여운이 가득 든 영화였다.
왜 이 영화가 그토록 화제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각도로 무수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투박하고 다소 거친 듯이 보인 화면들이 때때로 '왜 이렇게 연기력이 별로인 것 같지?'라고 느껴지던 장면들도 모두 의도된 듯 느껴졌다.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영희의 얼굴에 대한 원색적인 표현들이 거슬렸다.
"영희는 얼굴이 아주 못 생겼어."
아무리 당사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대놓고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니.
이 영화 속에서는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영희의 얼굴이 아주 못 생겼다는 말.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저렇게 대놓고 못생겼다고 더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했었다. '그랬었지.'하는 예전의 일들이 우르르 떠올라 버렸다. 그리고 받은 상처를 되돌려주기 위해 뾰족해졌던 나의 과거들도 함께 떠올라버렸다. 지금도 때때로 보이는 그런 폭력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기억났다.
이제는 발악같이 느껴지는 못난 모습들이.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과연 나와 얼마나 멀까 싶었다.
멀까?
가까울까?
이 영화의 주인공이 과연 누굴까?
눈이 먼 도장가게 주인일까?
그 아들일까?
아니면 사라져버린 영희일까?
영화의 제목인 '얼굴'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우리는 영희의 뒤통수를 줄기차게 본다.
그렇다면, 영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일까? 영희는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맞지만 정확하게는 옆으로 비켜서 있는 듯한 영희의 남편이자 전각장인인 임영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의 임영규를 연기한 박정민 배우의 연기력이 정말 이 인물에게는 딱이지 않았나 싶었다. 이 배우가 가진 계산된 날 것이 너무 생생해서 나는 영화를 보며 때때로 흠칫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에 집착한다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아름다운 글씨.
기적이라고 불리는 그의 아름다움을 향한 집념 어린 모습은 사람들에게 인간 승리로 칭송받는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와중에 전해진 영희의 죽음소식에 평온해 보이는 영규와 그 아들의 일상에는 커다란 흔들림이 찾아온다. 그녀가 죽은 그 시점을 향해 영화는 자연스레 옮겨간다.
1970년대 한국의 야만성.
그렇다. 우리가 이렇게 꽤나 서로를 향한 상호간의 매너를 갖춘 세상에 살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그 시절과 비슷한 모습은 구석구석 남아 있을지 모른다.
이 땅은 자리를 잡고 사는 내내 서로 반목하고 살거나 또는 죽을 수 밖에 없었으며, 밖에서도 호시탐탐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에 맞서며 겨우겨우 버텨냈던 사람들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얼마나 악다구니같은 인성을 가진채 버텨냈을까?
내가 어린 시절에는 서로가 서로를 향한 시선 속 모든 것이 놀림거리와 웃음거리가 되었다.
외모는 당연히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었다. 키가 크면 커서, 작으면 작아서 놀림을 받던 시절. 평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꼬집어내던 세상이었다. 부모가 고심해서 지었을 이름도 언제나 조롱거리가 될 여지가 있으면 모두가 파고 들어왔다. 그래서 모두가 눈에 띄지 않는 무리의 중간에 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발꿈치가 신발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뒤꿈치를 잘라서라도 나 자신을 욱여넣던... 그런 사회였다.
우리는 그렇게나 서로에게 공격적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내내 그 시절의 그 불편함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모두가 모두에게 상처를 주던 시절 말이다.
영규는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무고한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으며 고개 숙이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영규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도덕성'을 기준으로 두고 보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이 영화 속에서 단 한 사람. 영희만이 남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K를 단 모든 것이 전세계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스스로 대단하다 여기며 그 모든 것에 환호한다. 그런데 바깥으로 내보이는 그런 것들 말고 우리 안은 정말 그런가?
지금의 우리는 그 시절의 사람들과 다른가?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가?
사실 1970년대의 우리 사회가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만이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가까웠고 상처주기 쉬웠던 만큼 상대방의 아픔을 외면하고 남일처럼 밀어버리지 않았던 점들도 있었다. 내 것 인양 안타까워하며 눈을 잃은 사람에게도 손을 내미는 따뜻함이, 억울한 사람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는 끈끈함도 존재했다.
어쩌면 오히려 지금 우리는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마치 그 시절의 우리가 없었던 것처럼, 마치 우리에게는 지저분하고 어두운 부분이 없는 것처럼 여기려고 하는 모습이 나는 역설적으로 더 못생긴듯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본 후 떠오른 질문들에서 비롯된 생각의 끝에 떠오른 건
지금 내 얼굴이 과연 어떤 얼굴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할 수 있나? 그럴만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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